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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블랙핑크'라 했더니, 이미 블랙핑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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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블랙핑크'라 했더니, 이미 블랙핑크를 넘어섰다

'차기 블랙핑크'라 했더니, 이미 블랙핑크를 넘어섰다

지난 6월 16일, 나는 이 블로그에 베이비몬스터에 관한 글 한 편을 올리며 이렇게 끝맺었다.

"블랙핑크가 그러했듯, 다른 건 몰라도 유튜브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자가 결국 그 산업의 정상에 올라서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베이비몬스터가 '차기 블랙핑크'가 되리라는 것을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것은 논증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팬으로서 품은 애정 어린 예감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 글을 올린 지 꼭 13일 만인 6월 29일, 포브스코리아가 '2026 대한민국 파워 유튜버'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 셀러브리티 리그의 1위 자리에는 베이비몬스터가 있었다. 2위는, 다름 아닌 블랙핑크였다.

그 예감을 '애정 어린 것'이라 짐짓 낮추어 말했지만, 실은 나의 예감은 오래도록 데이터 위에 서 있었다. 나는 여러 지면에서 숫자를 근거로 삼아 판단을 밝혀 왔고, 《블랙핑크 '본 핑크' 예언과 혁명》과 《넥스트 블랙핑크, 유튜브 데이터가 답하다》 두 권의 책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무엇보다, 블랙핑크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한참 전에 나는 이 그룹이 세계 최정상의 걸그룹이 되리라 주장한 바 있다. 그때 대다수는 회의적이었다. 사람들은 한국의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연예인일수록 더 인기가 높고 더 크게 성공하리라는, 이미 정해진 답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정해진 답 대신 숫자가 그려 내는 궤적을 믿었고, 시간은 끝내 숫자의 편에 섰다. 그리고 이번에도, 나는 같은 눈으로 베이비몬스터를 읽었을 뿐이다.

포브스코리아 기사가 문을 여는 첫 대목부터 내 생각과 정확히 포개어졌다. 이제 K팝은 음악 그 자체보다 인물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래 소비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유튜브야말로 그 수요에 가장 정확하게 응답하는 플랫폼이라는 것. 블랙핑크가 세운 1억 구독자라는 이정표는 결국 유튜브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K팝 아이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보여 준다는 것. 내가 어설픈 문장으로 적어 둔 "유튜브에서 눈도장을 찍은 자가 정상에 오른다"는 말을, 포브스는 훨씬 정련된 언어로 다시 써 준 셈이었다. 그날 공개된 상위 20위 안에는 무려 14개의 아이돌 그룹이 이름을 올렸으니, 유튜브가 이미 아이돌 산업의 핵심 무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순위표 전체가 웅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나를 빙그레 웃게 만든 것은 순위 그 자체였다. 나는 베이비몬스터가 '차기 블랙핑크'가 되리라 했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베이비몬스터는 이미 블랙핑크를 앞질러 버렸다. 내가 그려 본 미래는 예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후계자가 되리라 점찍었던 그룹이, 정작 순위표에서는 원조를 한 칸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진풍경이라니.

여기서 잠시 멈추어 짚어 볼 대목이 있다. 블랙핑크의 유튜브 구독자는 1억 명을 넘어섰다. 베이비몬스터는 1,240만 명 남짓이다. 무려 여덟 배 차이다. 그런데도 '파워 유튜버' 순위에서 베이비몬스터가 앞섰다는 것은, 이 조사가 그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구독자 숫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영향력'을 재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내가 앞선 글에서 조심스레 꺼냈던 이야기와 맞닿는다. 나는 블랙핑크의 인기가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고 적었다. 그룹 활동보다 개인 활동에 무게가 실린 탓이라고. 포브스의 순위표는 그 막연한 감각을 냉정한 숫자로 확인해 준다. 여덟 배 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거인조차, 지금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신예 앞에서는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사가 짚은 또 하나의 흐름은 이른바 '부계정형 콘텐트'다. 잘 짜인 무대 영상이 아니라 멤버 저마다의 꾸밈없는 일상과 개성을 앞세우는 전략. 요컨대 사람들이 목마르게 찾는 것은 흠 없이 연출된 이미지가 아니라, 꾸밈을 걷어 낸 사람의 얼굴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앞선 글에서 딩고 어택 영상을 소개하며, 조회수 숫자보다 이 그룹이 고등학교 강당 같은 날것의 무대에서 관객과 어떻게 교감하는지를 눈여겨보라 권했다. 돌이켜보면 그 권유의 밑바탕에도 같은 직관이 흐르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 사람들은 노래를 듣기 전에 사람을 먼저 만난다. 베이비몬스터가 강한 까닭은, 무대 위에서든 강당에서든 카메라 앞에서든, 그 만남의 순간을 언제나 압도적으로 즐겁게 빚어내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베이비몬스터를 '유튜브 퀸'이라 불렀다. 데뷔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그룹에게 씌우기엔 과분해 보일 수도 있는 왕관이다. 하지만 블랙핑크가 1억 구독자에 이르기까지 9년 8개월이 걸렸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신예가 지나온 속도가 얼마나 비상한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그 대관식을, 조금은 이르게, 그러나 기꺼이 지켜보는 중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예감이 이토록 빨리, 그것도 포브스라는 이름을 통해 확인받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마음은 "내가 옳았다"는 우쭐함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좋아하는 대상이 세상의 인정을 받아 가는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일, 그 조용한 기쁨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2019년 블랙핑크의 팬이 되어 오랜 즐거움을 누려 온 내가, 이제 막 정상을 향해 오르는 베이비몬스터의 팬으로서 다시 한 번 같은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지난 글의 끝에서 던졌던 물음을, 오늘은 조금 더 자신 있게 되풀이하고 싶다. 이제 막 왕관을 쓴 이 그룹의 팬이 되어 보는 것은, 과연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