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바라볼 때

아내가 미국 땅을 밟은 지 스무 해 만에, 마침내 미국의 대학에서 졸업장을 받았다.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목요일인 오늘, 뉴욕시의 회사에 다니는 두 아이도 출근 대신 졸업식장을 택했다. 아들은 신사복을 쫙 빼입고, 딸은 카메라를 챙겨 들었다. 졸업식은 럿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의 Jersey Mike's Arena, Livingston Campus, Piscataway, NJ에서 School of Communication and Information 소속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거행되었다. 행사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예정대로 품위 있게 진행되었고, 약속된 시간에 정확히 막을 내렸다. 두 아이는 행사 진행이 정말 훌륭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주차장에서부터 입장, 그리고 퇴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선이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1766년에 설립된 이 대학교는 미국 빅10(Big Ten) 소속으로 스포츠를 비롯한 대규모 행사를 숱하게 치러 온 학교답게,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진 노하우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졸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 혼잣말을 되뇌었다. 어린 시절 미국 유학을 꿈꾸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고, 오십대를 훌쩍 넘긴 지금에 와서야 그 꿈의 끝자락을 붙잡은 셈이니, 그 감회가 어찌 남다르지 않겠는가.
https://youtu.be/ShzmvKpKQ24?t=3950
게다가 이번에는 석사학위 수여자 가운데 최우수학생상(Outstanding Student of the Year)까지 받게 되어 그 의미가 더욱 깊었다. 몇 주 전 시상식에서는 아내의 상장이 빠져 주최 측이 당황했던 일이 있었는데, 오늘 졸업식에서 잊지 않고 챙겨 주어 무사히 상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번 졸업식도 생중계되었고, 다행히 영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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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식구라곤 내 막내 대호가 유일해서 이런 일에 함께 해서 그나마 고맙고 힘이 된다. 그는 다음 달 초에 현재 운영 중인 식당에서 손을 떼고 한동안 쉰다고 한다. 그야말로 그의 인생에서 최초로 자신에게 휴식을 주는 셈이다. 평생을 요리사로, 한 식당의 오너 겸 셰프로 살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앞으로 달렸을 것이다. 이번의 그의 결정은 그의 인생에서 제2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아내도 이번 경험이 박사 학위에 대한 욕심을 다시 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누 구에게나 행동이 필요하다. 마음을 먹었으면 쉰내나도록 속으로 묵힐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가능성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크게 고무적이나 행동으로 옮기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야말로 자신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밑바탕이다.
내 아내 서유주가 지난 3년 동안 자신이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긴 것에 대해서 후회하는 것도 가끔 목도하곤 했다. 아이들의 엄마로서, 주부로서, 아내로서, 학생으로서,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엄마를 둔 딸로서 매일매일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숙제가 쏟아지고 막막할 때에는 간혹 원망의 눈빛도 나에게 닿는 것도 느낄 때도 있었다. 내가 결국 부추겨서 서강대학교의 석사 과정을 마치게 했고 코넬대학교에서 보건 관련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만들었고 대학원에서 공부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다 내가 부추겼기 때문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내가 잘 써 먹는 속담이 하나 있다. "시간은 흐른다." 애들이 다쳐서 아파할 때도 "시간이 흐르면 다 괜찮아진다"고 말하곤 했다. 아무리 힘든 순간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다 메꿔진다. 깊은 상처도 시간이 흐르면 비록 덧이 나더라도 아문다. 그리고 그런 것을 두려워하면 나아갈 수가 없게 된다.
지금의 이 순간들, 미래는 물론이고 지금 이 순간도 불안하더라도 흔들려서는 안된다. 이 순간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머리 숙여 땅을 보는 대신에 저 멀리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 볼 때다.